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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메트 오페라의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오페라는 인간이 만든 완전한 최후의 예술형식"

2024-05-20 18:00

“오페라는 인간이 만든 완전한 최후의 예술 형식 중 하나입니다. 인간이 쓰고 인간이 노래하고 인간이 악기를 연주하고 인간이 지은 극장에 인간이 꾸린 세트에서 신에 관한 이야기이거나 허구일지라도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죠.”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The Metropolita Opera, 이하 메트 오페라) 주역인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Lisset Oropesa, 이하 오로페사)는 6월 19, 20일 내한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 예술 형식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는지 그리고 이미 얼마나 많은 세대의 삶에 감동을 전해주었는지 놀라울 정도죠. 저는 오페라가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만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많이 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고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거든요.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해야죠!”◇극강의 콜로라투라, 야닉 네제 세갱이 인정한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리제트 오로페사“마에스트로는 모든 면에서 훌륭합니다. 그는 솔리스트든 앙상블이든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죠.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전염성이 강해요. 항상 축하 이벤트를 준비하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예술 형식과 아티스트 자체를 사랑하고 존중하죠. 개성과 기쁨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방법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에요.”오로페사는 현재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예술감독이자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Yannick Nezet-Seguin)이 “누구보다 모차르트를 잘 구현하는 가수”라고 인정한 메트 오페라의 소프라노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출신의 오로페사는 2019년 제14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비벌리 실즈 아티스트 어워드(Beverly Sills Artist Award) 및 리처드 터커 어워즈(Richard Tucker Award) 수상자로 극강의 콜로라투라(Coloratura, 빠른 패시지나 트릴 등 기교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선율)를 구사하는 소프라노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Recitativ und Arie) ‘베레니체에게...태양이 떠오른다‘(A Berenice...Sol nascente K.70)와 콘서트 아리아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Vado, ma dove? K. 583)를 선보인다.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수석지휘자로 이끌기도 했던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6월 19, 20일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일본(6월 22~27일), 대만(6월 29, 30일)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에서 선보일 두 곡에 대해 오로페사는 “전혀 다른 곡”이라고 표현했다. “모차르트가 11, 12세 무렵에 작곡한 ‘베레니체에게...태양이 떠오른다’는 극도의 기교와 목소리를 위한 악기 선율,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감흥으로 완성되는 곡이에요. 젊은 모차르트의 놀라운 기교를 한껏 보여주죠. 색채가 있고 긴 구절과 큰 도약도 있어요. 인간의 목소리가 치러야할 장애물 경주 같은 작품이죠.”또 다른 곡인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는 33살 무렵의 모차르트가 소프라노를 위해 작곡한 마지막 아리아다. 이에 대해 오로페사는 “모차르트가 극적인 영역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는 특별한 아리아”라고 털어놓았다. ◇모차르트!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 “더 단순한 선율, 더 수월한 음역, 더 간결한 음악 구조로 텍스트 뒤에 숨겨진 정서에 집중해야 하는 곡이에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 같은 단순함이죠. 아리아가 짧고 기교가 덜 드러나는데도 노래하기 매우 어려운 이유는 바로 감정 때문입니다.”이어 “모차르트의 곡은 보기에 쉬워 보일수록 부르기에는 어렵다”며 “보컬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더 투명하게 들리고 결함이 더 쉽게 노출된다”고 덧붙였다.“모차르트 작품을 부르기 위해서는 정말 제대로 테크닉을 갖춰져야 해요. 가수의 역량 창고에 정말 많은 것이 있어야 하죠. 저는 깔끔한 패시지 작업, 감정적 뉘앙스, 실제 선과 구절의 방향을 강조하면서 쉽게 들리도록 하는 훈련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첫 번째 레벨일 뿐이죠. 이보다 더 자연스러워야 하거든요. 긴장하거나 지나치게 통제된 것처럼 들리면 진정으로 ‘쉽게’ 들리게 하는 자유를 잃게 되니까요.”그리곤 “이것이 바로 훌륭한 모차르트 해석가와 단순한 음악가 사이의 핵심적인 차이”라며 “기계처럼 들리면 안된다. 음율을 만든 사람이 사람이고 사람이 음율을 연주하는 것처럼 들려야 한다”고 부연했다. “마치 훌륭한 아이스 스케이트 선수를 보는 것과 같아요. 보는 사람들이 ‘와, 정말 쉬워 보이는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죠. 저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모차르트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는 음악을 사랑하고 그래서 음악을 해석하는 일은 언제나 경이롭죠.” 함께 하는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훌륭한 친구이자 동료로서 존경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매일 성악가들과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특별한 요구 사항, 개별 솔리스트의 소리와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에 매우 민감하며 제가 최선을 다해 노래하도록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앙상블”이라고 소개했다.“그들은 제가 스타일을 쉽게 바꿀 수 있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협력해요. 음악 스타일과 지휘자의 요청뿐 아니라 주어진 순간에 성악가들을 항상 존중합니다. 쉼표가 필요하든, 강조를 위해 시간을 멈춰야 하든 늘 그들이 함께 하죠.”◇비올레타, 마농, 줄리엣, 아미나 그리고 엘비라, 마르게리타, 노르마“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비올레타(Violetta)와 쥘 마스네(Jules Massenet) 오페라 ‘마농’(Manon)의 주인공 마농, 샤를 구노(Charles Gounod)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의 줄리엣 그리고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몽유병의 여인’(La Sonnambula) 아미나(Amina)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역할이자 지금도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인물들이죠.”이렇게 전한 오로페사는 “베르디 ‘리골레토’(Rigoletto)의 질다(Gilda),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의 루치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수잔나(Susanna)도 좋아하지만 더 이상 그 배역으로는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고 말을 보탰다. 그리곤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와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삶을 소재로 한 도니제티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Maria Stuarda) 무대에 처음 오른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앞으로 벨칸토 오페라와 프랑스 작품을 레퍼토리에 더 추가할 생각입니다. 향후 3~5년 동안은 콘서트 오페라로만 불렀던 벨리니 ‘청교도’(I Puritani, The Puritans)의 엘비라(Elvira),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Faust)의 마르게리타(Marguerite)를 추가하고 가능하다면 노르마(Norma) 역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andel)헨델,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벨리니도 계속 노래할 거예요.”◇조수미, 홍혜경, 한국 그리고 꿈꾸는 사람들 “조수미 선생님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 그녀를 만났고 너무 친절하셨어요. 선생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프라노 디바 중 한분이죠. 제가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주인공) 수잔나를 부를 때 첫 백작부인이었던 홍혜경 선생님을 존경해요. 훌륭한 가수일 뿐 아니라 정말 놀라운 분이셨죠.”그는 한국인 성악가들과도 인연이 깊은 소프라노이기도 하다. 오로페사는 “라 스칼라에서 멋진 베이스 바리톤 박종민, 비엔나에서 유쾌하고 재능있는 젊은 베이스 스테파노 박과도 함께 공연했는데 정말 대단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성악가들 뿐 아니라 “한국드라마도 좋아한다”는 그는 “특히 ‘오징어게임’(Squid Game)과 ‘더 글로리’(The Glory)를 정말 좋아한다. 김치 등 한국 음식도 좋아해서 직접 채식주의자인 저만의 비건 레시피로 만드는 법도 배웠다”고 전했다.“이번 공연을 통해 저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아시아에는 오페라와 성악가들에 매우 열정적인 관객들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의 아시아 투어는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그는 꿈꾸는 사람들, 특히 뉴욕 메트 오페라 극장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큰 꿈을 꾸는 건 근사한 일이죠. 뉴욕 메트로폴리탄 혹은 작은 동네 극장에서 노래하는 것이 꿈이든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을 상상하며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하세요.”이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공이 쉽고 빠르게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게는 많은 좌절이 따르는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며 “그럼에도 정말 원하는 꿈이라면 쉽지 않더라도 쫓아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상에 오른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상을 유지하기란 정말 어렵거든요. 늘 스스로로 존재하세요.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와 생각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마세요. 나만의 개성은 나를 돋보이게 하죠. 연약함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것이고 강인함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게 할 테니까요.” hurlkie@viva100.com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포스터(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6월 19, 20일 내한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B그라운드] 심창민의 ‘늦바람’, 김재범의 ‘눈물’, 김성식 ‘퍼펫과의 쉽지 않은 동행’ 뮤지컬 ’벤자민 버튼‘

2024-05-17 23:54

“사실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늦바람’이라고 밖에 설명을 드릴 수가 없더라고요.”동방신기 멤버 심창민은 데뷔 21년만에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이유를 “늦바람”이라고 표현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16일 열린 뮤지컬 ‘벤자민 버튼’(Benjamin Button, 6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프레스콜에서 심창민은 “최근 많은 아이돌그룹 멤버분들께서 뮤지컬에 도전하는데 저는 기회가 닿지 않았었고 연이 안됐다”며 “소설로도 영화로도 제작됐던 이 콘텐츠가 너무 매력적이라 도전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주변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조광화 연출님과 함께 하면 굉장히 많이 배울 수 있는, 귀한 작업이라고 제 친구 조규현이 얘기했줬어요. 아무래도 뮤지컬은 처음이다 보니 연습에 시간을 최대한 많이 할애하려고 해봤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뮤지컬이라는 작업은 정말 많이 어렵고 고되고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 멋진 제작진, 배우들과 호흡하고 싶어서 최대한 노력했죠.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관객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었던 삶의 스윗 스팟(Sweet Spot)을 저 역시 찾은 것 같아요.”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로 유명한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단편소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바탕으로 한다.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 브래드 피트(Brad Pitt)와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주연의 동명영화(한국 개봉명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았던 단편소설로 70세 노인의 외모로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어려지는 벤자민 버튼(김재범·심창민·김성식)의 이야기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을 배경으로 벤자민 버튼과 그가 삶의 스윗 스팟으로 확신하는 재즈클럽 가수 블루 루 모니에(김소향·박은미·이아름솔)를 통해 기쁨과 사랑, 상실의 슬픔, 모든 것의 주체는 육체가 아닌 영혼이라는 깨달음, 시간도 초월하는 삶의 소중한 가치 등을 아우른다.오브제 아티스트 문수호 작가의 퍼펫으로 나이 변화를 표현하고 ‘알로하 나의 엄마들’ ‘북경의 남쪽’ ‘콩칠판 새삼륙’ ‘순수의 시대’ 등의 이나오 작곡가가 넘버를 꾸린 극으로 ‘서편제’ ‘베르테르’ ‘모래시계’ ‘미친 키스’ ‘남자충동’ 등의 조광화 연출이 대본까지 집필했다. 퍼펫을 활용한 데 대해 조광화 연출은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는 무척 매혹적이지만 무대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전 연령대를 보여줘야 의미가 있는 작품인데 무대에서는 CG를 쓸 수도, 특수분장으로 계속 얼굴을 바꿀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영국의 ‘워호스’를 보면서 퍼펫도 그냥 물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일 수 있겠구나, 내면이 있고 감정을 보이는 인물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퍼펫으로 벤자민 버튼의 나이 변화를 보여주면 공연에서도 가능하겠다 싶었죠. 정말 완전한 생명체를 만들고 싶어서 출발했지만 인간의 섬세함을 따라갈 수 없는 지점들이 있어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이를 대변하는 약속의 장치이자 놀이성의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배우들은 오히려 좀 자유로워져서 정서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죠.” 또 다른 벤자민 버튼 역의 김재범은 “처음 대본을 받고 한번에 후루룩 다 읽었다”며 “제가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털어놓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어긋남 등이 굉장히 가슴에 훅 쑥 들어오더라고요. 거꾸로 나이를 먹으면서 벤자민이 블루와 만나는 순간이 서른다섯이잖아요. 둘이서 딱 정확하게 같은 나이가 됐을 때죠. 그런 것들이 되게 가슴 아프면서도 간만에 되게 따뜻한 대본을 봐서 행복했습니다.”블루 루 모니에 역의 김소향은 “관객들에게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공감하고 나누고 싶었다”며 “이 공연을 하면서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주름이 하나씩 늘어간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리고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블루가 마지막으로 부르는 ‘불안에의 초대’라는 노래가 있어요. 대본을 읽음녀서 그 노래 하나만을 보고 이 공연을 택하고 함께 만들었죠.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2시간 가까이 달려온다고 생각하면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가사가 정말 아름답거든요.”벤자민 버튼 역의 김성식은 퍼펫과의 쉽지 않은 동행에 대해 털어놓았다. 김성식은 “퍼펫에서 빠져나오는 게 어려웠다”며 “퍼펫과 저, 그리고 합쳐지는 부분과 다시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어느 순간에는 저대로 하고 있고 또 어떤 때는 퍼펫에 사로잡혔어요. 연출님께서 정서에 더 깊이 다가가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길을 찾을 수 있었고 지금도 공연하면서 퍼펫과 친해지는 중이죠. 사실 아직도 완벽하게 합이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계속 맞춰가다 보면 관객들께 더 깊은 정서를 보여드릴 수 있는 순간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hurlkie@viva100.com뮤지컬 ‘벤자민 버튼’ 출연진(연합)뮤지컬 ‘벤자민 버튼’에서 벤자민 버튼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심창민(왼쪽부터), 김성식, 김재범(연합)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퍼펫으로 나이의 변화를 표현한다(연합)뮤지컬 ‘벤자민 버튼’ 블루 루 모니에 역의 이아름솔(왼쪽부터), 김소향, 박은미(연합)

[B그라운드]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의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 오롯이 “음악과 나”

2024-05-17 18:30

“그건 완전 딴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 저의 상태는 음악과 저 외에는 없어요. 그게 옳은 태도인 것 같아요. 다 잊어버리고 음악과 나, 내가 그 음악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5월 14일 생애 첫 ‘모차르트’ 3부작 중 첫 번째 앨범을 발매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지난해 사별한 아내이자 배우 윤정희가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음악과 나”를 언급했다. 그렇게 ‘모차르트’ 앨범은 오롯이 음악과 자신에만 집중한 작업이었다. 그가 모차르트를 처음 접한 건 ‘론도 A단조’(Rondo in A minor, K. 511). 이에 대해 백건우는 “사실 기억나지 않지만 항상 모차르트의 음악이 존재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고향을 찾는다는데 음악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일생 동안 많은 작곡가를 하고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20대, 40대, 60대 이 악보를 읽는 것이 확실히 달라요. 지금의 저한테는 굉장히 새롭더라고요. 저에겐 새로운 도전입니다. 예전에는 모차르트 스타일에 맞게 잘 치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모차르트 음악 자체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그리곤 “모차르트 음악에서 연주자의 역할은 그 음악을 순수하게 전달만 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연주 같다”며 “연주를 하면서는 특별한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데 모차르트는 자기를 오히려 없애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부연했다. 이에 앨범 커버도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살 아이의 백건우 초상화다.“거짓없는 아이의 눈길이랄까요. 그런 것이 그리웠어요. 아이들만 표현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서 이 음반의 음악과 참 맞는 것 같아서 커버로 채택했죠.” 그렇게 자신을 걷어내는 과정을 거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주옥같은 음악들이 3장의 음반으로 완성됐다. 그 시작은 ‘환상곡’(Fantasia in D Minor, K. 397)이 연다. 이후 ‘론도 D장조’(Rondo in D Major, K. 485)에 이어 ‘피아노 소나타 12번’(Piano Sonata No. 12 in F Major, K. 332), ‘피아노 소나타 16번’(Piano Sonata No. 16 in C Major, K. 545 “Sonata facile”) 그리고 ‘프렐류드와 푸가’(Prelude & Fugue in C Major, K. 394)로 이어진다. 그에 따르면 “(이후 발매될) 두장의 앨범에는 ‘피아노 소나타 2번’(Piano Sonata No.2 In F Major KV 280)과 ‘10번’(Piano Sonata C major K. 330), ‘14번’(Piano Sonata No.14 In c minor K. 457), ‘환상곡 다단조’(Fantasia Fantasie c minor K. 475). ‘윤기덕분에’(Verdankt sei es dem Glanz K. 392), ‘글라스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Adagio and Rondo for Glass Harmonoca) 등 익숙한 그리고 듣기 쉽지 않은 곡들이 담겼다.”“모차르트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들었던 음악가 같아요. 틀에서 벗어나는 곡들이 많거든요. 모차르트 음악이다 하면 대부분 ‘피아노 소나타’를 떠올리지만 그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어요. 오르간, 하모니카를 위해 쓴 곡도 있고 민속적인 소리도 있거든요. 이번 앨범을 들으시면 모차르트의 음악세계에 이런 면도 있구나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그리곤 “특히 후기 작품들이 너무 마음에 끌려서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데 순서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그는 “뭔가 계획하는 걸 별로 안좋아한다”며 “가다 보면 뭔가 새로운 곡이 나타난다. 지금 이 나이에 꼭 이걸 해야겠다는 믿음이 생길 때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뭘 할지는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고 웃었다. “저는 녹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녹음해서 픽스한다는 데 부담도 되고 부정적이었죠. 그런데 좀 넓게 생각하니 그때 내 모습을 남기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10년 후 달라질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녹음했죠.” hurlkie@viva100.com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 첫 번째(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人더컬처] 운명처럼 뮤지컬 ‘일테노레’와 윤이선을 만나다! 서경수 “늘 무대 위 진실된 순간들을 꿈꿔요”

2024-05-17 18:00

“이 작품을 리딩하는 첫날 딱 깨달았어요. 운명이다. 내게 운명 같은 작품이다. 그냥 심장이 요동치고 뭔가 노력하지 않아도 저 밑에서부터 가늠할 수도 없고 형언할 수도 힘들 만큼 어마무시한 것들이 솟구쳤거든요.”서경수는 뮤지컬 ‘일테노레’(Il Tenore, 5월 19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를 ‘운명’이라고 정의했다. 지난해부터 연습과 12월 초연, 올해 3월 개막한 앙코르 공연까지 1년여를 조선 최초의 성악가 윤이선(홍광호·박은태·서경수)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는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작품’에 대한 질문에도 “이 작품을 함께 하지 못했다면 ‘일테노레’와 윤이선이 됐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온몸이 요동치는 음악들로 ‘꿈꾸는 사람들’ 우리처럼! “연습하면서 또 공연하면서 갈고 닦은 걸 얼마나 잘 보여줄까 보다 이 사람들과 다 같이 또 한번 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정말 오랜만에 정적이면서도 유약한, 그를 딛고 성장하는 롤을 맡은 것 같아요.”뮤지컬 ‘일테노레’는 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인 베르디의 ‘춘희’(라 트라비이타)를 비롯해 비제의 ‘카르멘’을 무대에 올린 연출자이자 성악가인 의사 이인선에서 영감받아 꾸린 작품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예술의지로 관통한 이들을 다룬 이 작품에서 그는 이인선을 모티프로 극화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으로 살며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 너무 행복했고 그만큼 더 아픈 시간들도 있었지만 결국 공연은 사람들과 하는 작업이잖아요. 휴앤윌 작곡가님들이 쓰신 것들을 함께 맞추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을 함께 한 이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진짜 욕심 부리면 ‘정말 이대로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하게 됐습니다.”윤이선을 비롯해 대학생들의 항일운동모임인 ‘문학회’ 리더이자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김지현·박지연·홍지희), 건축학도이자 적극적인 독립운동가로 오페라 공연의 무대디자인을 맡은 이수한(전재홍·신성민) 등의 꿈과 사랑 그리고 독립 의지에 대한 이야기다.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번지점프를 하다’ 등의 작가이자 작곡가 윌 애런슨(Will Aronson)과 작가이자 작사가 박천휴의 콤비작으로 전통 클래식 사운드, 19세기 오페라 미학을 바탕으로 창작한 가상의 오페라 ‘꿈꾸는 사람들’을 만들어 가는 여정을 따른다. ‘어쩌면 해피엔딩’ ‘데스노트’ ‘신과함께-저승편’ ‘미세스다웃파이어’ 등의 김동연 연출작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뮤지컬적으로 재해석하고 고전적인 가사를 붙인 넘버와 음악들이 18인조 대편성 오케스트라 선율에 실린다. “듣는 순간 몸이 요동 쳐요. 그 정도로 음악이 좋아요. 밝은 노래도 슬프고 너무 벅차서 막 소용돌이가 치는 것 같달까요. 뭔가 좀 새롭고 리듬보다는 어떤 선율이 심장을 울리다 보니 연습실에서는 매일이 눈물바다였어요. 인물, 극, 장면 등의 방향성을 형들(홍광호·박은태), 진연들(김지현·박지연·홍지희)과 얘기하면서 ‘너무 사랑해서 말을 못할 만큼’의 감정이 북받쳐서 갑자기 눈물이 막 쏟아지곤 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해요.”그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윤이선이 마지막으로 불러주려고 했던 극 중 극인 ‘꿈꾸는 자들’의 맨 마지막 노래와 극을 여는 ‘새로운 세상’”을 꼽으며 “사실 주로 하던 발성이 아니어서 고민이 깊었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발전 속도가 굉장히 더뎠거든요. 성악 뿐 아니라 해부학적인 레슨까지 좀 다양하게 받았고 지금도 받는 중입니다. 조심스럽지만 그렇게 발전하는 느낌을 어느 만큼씩은 받고 있어서 매일 고민하면서도 너무 행복합니다.”◇“더 이상 못하겠다”는 순간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그는 윤이선과도 같았다. 딱히 꿈을 꾸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기 보다는 “무슨 일을 하든 돈을 벌 자신이 있었고 어마무시한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어서 ‘나는 절대 굶어 죽지 않아’라는 식으로 그냥 살았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돼 발을 들인 뮤지컬 역시 ‘내 꿈이야, 내 길이야’ 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더 이상 (뮤지컬은) 못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가 있었어요. 불과 5년도 안됐어요. ‘썸씽로튼’(2020년, 2021년)을 할 때니까 진짜 최근이죠. 그렇게 마음을 먹고서야 알겠더라고요. 내가 진짜 뮤지컬을 사랑하는 애구나. 진짜 안해야겠다 마음먹었더니 희열에 가득 찬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어요. 내가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얼마나 뮤지컬을 사랑하는지….”뮤지컬을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하겠다는 그를 다시 뮤지컬 무대로 등을 떠민 이는 어머니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완전 달라졌다. 뮤지컬에 대한 사랑을 각인한 그때부터 서경수는 “흐르는 강물, 날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눈앞에 놓인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에서 어떻게 해야 더 발전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전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사실 막 두드리면 깨질까 두려웠는데 그때부터는 하고 싶으면 무조건 들이대자 생각했어요. ‘잃을 게 뭐가 있냐’ ‘창피할 것도 없다’는 마인드가 장착됐달까요. 이전엔 그런 마인드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2, 300은 된 것 같아요.”그래서 윤이선이 처음 오페라를 접했을 때의 감정은 그에게도 오롯이 전달되는 것이었다. “방어기제가 강하게 발동해 다치고 싶지도, 목매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하다가 제가 뮤지컬을 이렇게나 좋아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깨닫게 되면서 저에게도 (윤이선이 오페라를 처음 접했던) 그런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뭐랄까 전구가 켜지듯 심장에 확 불이 켜지는 그런 순간이요. 그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했죠.”◇오롯이 사랑, 귀감이 되는 홍광호·박은태, 영감덩어리 서진연들 김지현·박지연·홍지희“제가 윤이선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두는 건 오롯이 사랑이에요. 윤이선이 생각하는 서진연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일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거든요. 표면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사실 오페라죠. 꿈에 대한 이야기고 희망과 간절함, 절실함 등이 표현돼요. 하지만 결국 사랑도 그 꿈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오페라라는 꿈을 더 간절하고 행복하게 꿀 수 있었던 이유는 서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그런 순간들이 더 많이 담길 수 있도록 여전히 노력 중”이라는 그는 “홍지희 배우는 가장 단단한 서진연, 박지연 배우는 가장 단단해 보이지만 유약한 면이 많은 서진연 그리고 그 중간이 김지현 배우의 서진연”이라고 표현했다.“홍지희, 박지연, 김지현, 이 세 서진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서진연이, 그를 연기하는 세 배우가 제 영감이에요. 영감이 둥둥 떠다녀요. 진짜 살아 있는 영감이죠. 그래서 너무 행복해요.”그에게도 윤이선의 서진연과도 같은 존재는 있다. 망설임도 없이 “엄마, 형, 형수님, 조카들, 저희 가족”이라 답한 그는 “너무 당연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강조했다.“너무나 당연하지만 이들이 없으면 와르르르 무너지잖아요. 그래서 가족은 저의 원동력이자 기둥이자 삶의 바탕이죠. 더불어 친구들, 사람들…제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순간들을 더 나누고 싶어요.”그는 “윤이선이 극 중에서 형을 그리워하고 우러러 보는 것처럼 저 역시 그렇다”며 “저희 형한테는 다 줄 수 있고 너무너무 사랑하는 존재라 윤이선이 형을 떠올릴 때마다 형과의 순간들이 떠올랐다”고 털어놓았다. “윤이선이 형을 떠올리는 넘버를 부를 때 저에게 형이 없다고 생각하면 더 슬프고 감정이입이 되고 했어요. 저희 형도 공부를 엄청 잘했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했던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부담감에 휩싸여 있거나 압박감을 갖고 막 괴로워한다기 보다는 해낼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저와 저희 형과 같았죠.” 윤이선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은태와 홍광호에 대해서는 “귀감이 된 존재”라며 “서로 정말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주면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 온 사람들”이라고 밝혔다.“박은태 형님은 제일 통통 튀고 홍강호 형님은 굉장히 무게감이 있고 그 와중에 또 엄청 귀엽기도 해요. 저는 진짜 모르겠어요. 너무 안정적이고 특징있는 두 형님을 보면서 처음엔 ‘망했다’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막연하게 ‘나는 내 색깔이 있어’라고 버티다 깨달았죠. 그냥 주어진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노력의 기준점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걸요.”그렇게 “노력이라는 단어의 기준치를 높여 더 많이 배우고 더 넓게 바라보고 더 많은 걸 습득하면서 차근차근 다시 쌓아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결국 사람들을 보고 자극 받아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제 주변이 다 그래요. 2, 3년 간 혼자 활동하다 외로울 찰나 저희 (김)준수 대표님이랑 대기실에서 얘기하다가 (팜트리아일랜드에) 소속되면서 더 행복해졌어요. 김준수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고 좋은 사람인가를 알게 됐고 저희 가족들인 (손)준호형, (김)소현·(정)선아 누나, (진)태화형까지.”◇더 할 나위 없는 지금 “늘 무대 위 진실된 순간들을 꿈꿔요”“특히 과거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물론 그 과거가 제 인생의 영양분이고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하지만 지금에 집중하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니 30% 정도는 자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끔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저희 어머니가 늘 말씀하시듯 ‘인생은 마라톤’이니까요. 천천히 행복하게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면서 미래를 바라보며 걸어가고 싶어요.”인터뷰 내내 “행복하다”는 말을 마침표처럼 되뇌던 17년차 배우 서경수는 “지금을 놓칠까봐 과거도, 미래도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몇년 간 TV나 영화, OTT 등 다양한 매체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배우들이 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뮤지컬에서도 배워야할 게 아직도 많아서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아직도 뮤지컬 오디션을 처음 봤을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거든요. 낯선 환경,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커서 도전하지 못하는 게 커요. 예전처럼 ‘뮤지컬만 할 거야’는 아니에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모르죠. 하지만 전 여전히 무대가 너무 좋아요. 노래도 너무 좋아하고 춤도 너무 좋아하고 연기도 할 수 있고…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하는 것도 너무 좋아요.” 서경수는 ‘일테노레’를 하면서 “어떤 것도 안보려고 한다”며 “보시면서 정말 좋은 작품이다. 그리고 동료들끼리 정말 행복하게 공연하는 게 느껴진다. 그냥 이거면 충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윤이선을 하면서 더 선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윤이선으로 살면서 제 스스로가 믿어지지 않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거든요. 윤이선은 안했을 것 같은 행동들 등에 변화가 생겼죠. 무대 위에서만, 껍데기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진짜 일상에서 변화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이는 그가 무대를 대하는 자세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어떤 무대든 다 똑같다. 진실된 순간이 찾아올 수 있게끔 단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일념 하에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죽을 때까지, 항상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잖아요. ‘이 정도면 됐지’라는 마음을 떨쳐내고 계속 발전해 나가면서 무대 위에 생명력이 존재하게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요. 지금처럼 차츰차츰 성장하면서 동료들과 진실된 순간을 같이 한번 만들어 나가자, 그거면 충분합니다. 더 할 나위가 없어요.” hurlkie@viva100.com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왼쪽)와 서진연 홍지희(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홍광호(왼쪽)와 서진연 김지현(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박은태(오른쪽 아래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서진연 박지연, 이수한 전재훙(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일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

[비바100]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츠요시 츠츠미·양성원 “스승의 뜻 이어 횃불을 들고!"

2024-05-15 18:30

“저희의 뛰어난 스승이자 예술가이자 인간적으로도 너무 멋진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을 기리는 일을,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츠요시 츠츠미(Tsuyoshi Tsutsumi) 일본 산토리홀 대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Janos Starker)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제자들과 또 그들의 제자들이 뜻을 모아 여는 축제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츠요시 츠츠미는 2년 전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7월 3~5일 롯데콘서트홀, 7월 5~7일 산토리홀, 이하 첼로 페스티벌)을 제안했던 세계적인 첼리스트 양성원의 표현을 빌자면 “41년 전 처음 만나 지금은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대선배이자 동료이자 존경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1960년 야노스 슈타커를 처음 만나 제자가 된 첼리스트이자 일본첼로협회 초대 회장, 토호 가쿠엔 음악학교 총장 등을 역임한 교육자다. 현재까지 토호 가쿠엔 음악학교 특임교수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이다. 롯데콘서트홀과 일본첼로협회, 산토리홀 공동주최로 열리는 이 첼로 페스티벌의 공동 예술감독인 양성원은 “첼로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던 1975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선생님의 공연이 제가 본 첫 첼로 독주회였다”며 “아직도 그때의 가슴울림을 간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첫 독주회의 가슴울림과 1986년 제자가 돼 슈타커의 가르침을 받은 양성원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프랑스 본 페스티벌·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 성장했고 연세대 교수·영국 왕립음악원 초빙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이다.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은 우리가 직업 연주가로서 단순한 엔터테이너가 아닌 인류의 유산을 대표하는 예술가라고 항상 가르쳐 주셨습니다. 교수로 재직하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러 뉴욕 맨하튼으로 떠나기 전 작별인사로 해주신 ‘횃불을 들고 가라’(Deep Carrying the Torch)는 말씀을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좌절하고 힘들 때 일으켜 세운, 지금까지 저의 가장 믿을 만한 디딤돌 같은 말이죠.”이어 7월 시작될 첼로 페스티벌에 대해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지키며 후대를 위해 길을 밝혀야 한다는 마지막 인사, 그런 선생님의 교육 철학, 음악을 대하는 자세 등을 기리는 축제”라며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의 제자인 저희가 선생님께 배운 걸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그런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항상 자신을 능가할 수 있도록 가르치신 분셨어요.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는 음악적 이상을 추구하라고 하셨고 테크닉을 가르쳐 주시면서는 추구하는 이상으로 가는 도구라고 말씀하셨죠.” 츠요시 츠츠미 대표는 “선생님은 연주회로 너무 바쁜 중에도 교육자로서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늘 연주와 학생들의 교육이 자동차 바퀴의 두개 축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중 하나라도 없으면 자동차가 굴러갈 수 없다고 하실 만큼 젊은 세대를 길러내는 교육에 굉장히 헌신적이셨다”고 말를 보탰다. “14살 때 첫 번째 제자를 두셨는데 교수법이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지점은 모든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길러내는 게 아니라 각 학생들의 장점을 찾아 성장시켰다는 지점이죠. 이번 첼로 페스티벌 공연도 보시면 굉장히 놀라실 겁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너무나 뛰어난 분들이시고 너무도 다른 분들이시거든요.” 이번 페스티벌은 그 가르침을 대물림한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 제자들을 비롯해 그들의 제자까지 3세대가 함께 한다.” 양성원은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의 제자인 츠츠미 선생님의 한예종 제자 한재민이 동경 산토리홀에서, 게리 호프만(Gary Hoffmanm)의 제자 미치아키 우에노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며 “이번 프로그램은 선생님께서 가장 즐겨 연주했던 곡을 바탕으로 짰다”고 전했다. 3일에는 츠요시 츠츠미와 양성원을 비롯해 클리블랜드·밤베르크심포니 수석 마크 코소위(Mark Kosower), 예일대학교 교수 올레 아카호시(Ole Akshoshi), 파리국립음악원 교수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취리히 음대 교수 마르티나 슈칸(Martina Schucan)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Unaccompanied Cello Suites) 전곡을 연주한다.4일에는 ‘소나타와 앙상블’이라는 테마 아래 야노스 슈타커와 음반작업을 가장 많이 한 피아니스트 시게오 네리키(Shigeo Neriki),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이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첼로 소나타’(Cello Sonatas, op. 102)를 연주한다. 1950년 슈타커가 발표해 파란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향유되고 있는 코다이 졸탄(Kodaly Zoltan)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Sonata for Unaccompanied Cello Op.8)는 일본의 미치아키 우에노가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의 첼리스트 한재민이 일본 산토리홀(7월 6일)에서 연주한다. 둘째 날은 슈타커의 제자들이자 현역 첼리스트들이 모여 창단한 ‘슈타커 센테니얼 앙상블’의 월드와이드 초연 무대도 이어진다. 슈타커가 유독 사랑했던 한국인 제자들인 양성원, 이재은, 이현정, 김인하, 한동연, 장혜리, 박이령, 우미영 등이 전세계 최초로 무대에 올라 바흐, 헨델, 비발디, 브람스, 드보르작 등을 연주한다. 5일은 슈타커의 생일로 정확하게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 한국 축제의 피날레이자 일본 축제의 오프닝이 동시에 열린다. ‘협주곡의 밤’이라는 테마 아래 야노스 슈타커가 가장 즐겨 연주하던 하이든과 슈만, 드로브작의 ‘첼로협주곡’을 양성원, 게리 호프만, 산티아고 가뇬-발렌시아(Santiago Canon-Valencia)가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휘자 이승원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한다. 츠츠미 대표는 야노스 슈타커의 유난했던 한국 사랑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은 클래식 분야의 최강국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러지 못했을 시기에도 슈타커 선생님께서는 ‘한국의 음악 미래를 잘 한번 지켜보며 신경 쓰라’고 말씀하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학생들이 연습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유독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방문할 때마다 한국 제자들을 엄청 칭찬하시곤 하셨죠. 선생님의 수업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아요. 타협을 전혀 모르셨거든요. 당시는 한국이 큰 주목을 받지 않던 시기였지만 그만큼 철저하고 명확한 평가를 하시는 선생님께서 한국 연주자들의 미래를 이미 직감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제자들의 노력과 헌신, 자질 등을 높이 사셨고 이후 성장할 클래식 세계를 보신 것 같아요.” hurlkie@viva100.com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 예술감독인 츠요시 츠츠미 산토리홀 대표(왼쪽)와 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예술감독인 츠요시 츠츠미(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왼쪽)와 그의 애제자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예술감독인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 예술감독인 츠요시 츠츠미 산토리홀 대표(왼쪽)와 첼리스트 양성원(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비바100] 발견과 수집 그리고 가볍지만은 않은 대상들!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

2024-05-13 18:00

“디자이너로서 작업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물리적인 오브제들이 쌓여 가요. 그것들이 어느 벽화로 작업이 될 경우에는 전시가 끝난 후 사라지는 순간을 맞죠. 그때의 기분이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시원스럽고 즐거웠습니다. 그 벽화를 어느 정도 스냅샷처럼 남겨보자는 생각에 특정한 크기의 캔버스에 옮겨보는 작업을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싶은 어떤 순간을 크롭해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이죠.” 그렇게 성신여대 입구 지하철 설치작과 독일 베를린에서 운영 중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룸(ROOM) 작업들이, 작은 문구점의 먼지 쌓인 구석 등 전세계 곳곳에서 발견해 수집했던 스티커, 포장지, 포스트잇, 봉투 등 일상용품들이 캔버스로 옮겨졌다. 에르메스(Eermes), 코스(COS) 등과 작업해온 그래픽 디자이너이기도 한 김영나 작가가 “조금은 다른 페인팅, 어쩌면 조각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한 작품들은 개인전 ‘이지 헤비’(Easy Heavy, 6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만날 수 있다 . 전시제목 ‘이지 헤비’는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대상들의 집합을 의미하는 말로 일상에서 발견되는 사물과 사건을 수집해 새로운 질서와 규칙으로 샘플링, 재배열, 재편집함으로서 디자인 언어를 확장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량생산으로 수집 가능한 그래픽 디자인 제품을 그만의 샘플링, 재편집 등을 통해 전혀 다른 시각 언어로 표현한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익숙한 사물과 사건이 보유한 디자인적 요소를 새로운 시공간에 배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한 그의 고민은 현대미술과 전시장을 만나면서 전혀 새로운 신(Scene)의 연출로 이어졌다. 디자이너인 그에겐 낯선 전시장 벽면과 인쇄물 지면 등과의 만남, 상호관계 설정 등이 디자인을 근간으로 한 자기 참조적 행위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그의 대표작으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세트’(SET) 연작과 이를 전시장 벽면으로 확장·재해석해 소환한 신작 ‘SET v.25: View N’, 벽화 일부를 캔버스로 옮긴 ‘조각’(Piece) 연작 그리고 스티커, 포장지, 포스트잇, 봉투 등 발견된 일상용품들을 재구성한 ‘발견된 구성’(Found Composition)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저한테 페인팅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어떠면 떼어낸 어떤 조각 같은 느낌이기도 하죠. ‘발견된 구성’은 디자인 작업을 시작한 2009년부터 약간 수행적으로 매일 컴포지션 연습을 하듯 했던 작업이에요. 제가 모은 사물들, 인쇄물, 스티커, 프린트, 배터리 등, 가장 경제적인 포맷을 사용해 대량생산된 이들의 숨겨진 규칙을 찾아내는 거죠.” 이를 “감각을 연습하는 작업의 일종”이라고 표현한 김영나는 ‘세트’에 이은 새로운 책 ‘자화상’을 출간했다. ‘세트’는 그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작업한 아카이브를 다양한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엮은 일종의 샘플북이다. “그 과정에서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고 다른 전시나 프로젝트의 매뉴얼 혹은 어떤 출발점으로 활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이 샘플북을 근간으로 ‘세트’ 연작을 만들었다. 자기 참조적 행위들로 변주된 이 연작은 “형태나 상황들, 클라이언트도 없는 어떤 개인적인 전시 작업이자 다양성이 포괄된 방식의 시리즈”다. “초반에는 디자인을 화이트 큐브에 옮겨 오는 게 굉장히 불편하고 낯설었어요. 그래도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 수집 등에 대한 생각들이 어떤 상황들을 거치면서 원본들을 보여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열었던 두산갤러리 전시(테스터 Tester)를 통해 ‘세트’가 더 지속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더 안하게 됐죠. 이 덩어리가 아카이브로서 저한테 다른 의미를 던져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 경험 후 “원본작업들을 책으로 엮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차곡차곡 담은 것”이 새책 ‘자화상’이다. 이는 “관람객들에겐 좀 어려울 수 있는” 그래서 “사실 얼마 전까지만도 관람객 스스로 자유롭게 이해하기를 바라기도 했던” 그의 태도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해 원본 아카이브를 보여주며 다른 방식의 이해를 제안하면서 조금 더 설명하기를 바라는 태도로 바뀌었달까요. 스티커·포장지·포스트잇·봉투 등 일상용품들, 아카이브들을 재료 삼아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다르게 해석하는지, 장소에 따라 또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를 실험한 최근작들 역시 같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산=글·사진 hurlkie@viva100.com김영나 작가(사진=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 )김영나 작가(사진=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 )김영나 작가(사진= )김영나 작가(사진=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 )김영나 개인전 '이지 헤비'(Eazy Heavy) 전경(사진= )

[B그라운드] ‘부스 인 부스’로 집중도 올리고 내실 다진 2024 아트부산

2024-05-12 14:32

“벽마다 한 작가님의 작품들이 있어요. 작가님 한분 한분의 작품이 포커스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부스 디자인을 했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13회 아트부산에 참여한 갤러리 이아(IAH) 관계자는 노아 엘 하켐, 이혜인, 재진, 제프리 가브리엘라 몰리나, 정수정 등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부스 인 부스’ 혹은 아티스트별로 벽으로 구분해 전시하는 디자인에 대해 “작가의 방”이라고 표현했다. 이아 뿐 아니라 올해는 적지 않은 아트부산 참가 갤러리들이 벽으로 구분해 미로처럼 혹은 선물상자나 비밀의 방처럼 부스를 꾸려 작품들을 선보였다. 각 갤러리 부스가 페어의 축소판인가 하면 선물상자 혹은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거나 극장의 무대처럼 꾸리는 등 다채로움으로 무장했다. 이에 대해 한 갤러리스트는 “솔로부스가 집중도를 높이기 때문에 작가와 작품을 어필하기 좋아서 국제적인 페어들도 한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추세”라며 “비슷한 맥락으로 여러 작가를 하나의 화이트 박스에 섞어 소개하기 보다는 따로 벽 혹은 방을 꾸려 전시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부스 디자인의 변화와 더불어 지난해(22개국 145개 갤러리) 보다 참가 갤러리 수(20개국 129개)를 줄여 전시장 전체는 쾌적해졌다. 부스 열과 열 사이가 넓어져 사람들과 부대끼는 불편함은 대폭 감소했다. 동시에 15억원 안팎의 애니시 카푸어(Anish Kapoor) 작업을 비롯한 수억원대 대가들의 작품부터 합리적인 가격대의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을 선보이는 등 작품군도 다채로워졌다. 관람객 편의시설도 페어장 벽쪽에 자리 잡은 음식 및 음료(F&B) 구매공간과 페어장 통로에 설치된 길다란 의자 형 구조물로 휴식공간을 따로 제공하던 지난해와는 달랐다. 올해 아트부산은 페어장 중앙에 스퀘어를 조성해 해리단길(구 해운대 역 인근에 조성된 핫플레이스)의 유명 디저트카페 프루토 프루타, 카멜 커피, 대보름 등 부산지역 F&B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이에 관람객들이 페어장에 머무는 시간은 늘었고 차분하게 작품들을 둘러보는 분위기였다. 더불어 벽쪽으로는 부산 지역 맛집 및 볼거리 지도들로 꾸려 페어와 더불어 부산 지역 전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트부산 현장 경험을 온라인으로 확장시킬 애플리케이션 아트라운드(Art Round)를 신규 론칭하는가 하면 지난해 서울에서 막을 올린 ‘디파인 서울’(Define Seoul)의 일부를 선보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 아트신의 연대’ ‘현시대 여성 아티스트’를 테마로 홍익대학교 주연화 교수가 디텍터로 나서 꾸린 아트부산의 9개 특별기획전 ‘커넥트’(Connect)는 참여 갤러리 부스 사이사이에 자리 잡고 환기 혹은 포인트 역할을 했다. 따로 구분 짓기 보다는 갤러리들 사이에 자리잡은 9개의 특별전시는 쿠사마 야요이, 정강자, 샤오루 등 아시아 현대미술 1세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와 신디 셔먼, 제니 홀저를 조명하는 ‘허스토리’(Herstory), 얀 레이(Yan Lei), 마 슈칭(Ma Shuqing), 탄 핑(Tan Ping) 등과 더불어 주진스(Zhu Jinshi)의 가로 4.8m, 세로 1.8m의 대형 연작 등을 선보인 ‘포커스 아시아: 차이나’, 조현화랑의 강강훈, 앤 갤러리의 장 보고시안(Jean Boghossian), 갤러리 이배의 유명균, 서린 스페이스의 정은주, 김덕희, 존 지오르노 그리고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아트 악센트’(Art Accent) 등이다. 판매도 호조세다. 국제갤러리는 프리뷰 첫날이던 9일 하종현, 안규철, 이희준, 우도 론디노네, 장 미셸 오토니엘 등의 억대 작품을 판매했고 학고재 역시 길후 작가의 작품들을 판매했다. 어쩌면 2024년의 아트부산은 과도기인지도 모른다. 방문객수와 매출 수치에 연연하기 보다는 아트페어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의 조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내실을 다지는 해이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유명작가 및 대가들의 작품들이 중복되던 이전과는 달리 새롭게 선보이는 신진, 중견 작가들의 작품들도 늘었다. 이에 절대적인 수치로는 하락세처럼 비춰질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든, 자의적 선택이든 관람객과 매출 보다는 성장가능성에 투자하는 진정한 예술장터로의 변화를 꾀한 아트부산에 박수를 보낸다.부산= hurlkie@viva100.com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2024 아트부산 전경(사진= )

[B그라운드] 현대인들의 하수구 같은 욕망들, 어쩌면 오컬트! 양정웅 연출, 황정민의 연극 ‘맥베스’

2024-05-11 17:30

“제가 고전극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어릴 때 선배님들이 하던 고전극들을 보고 자라고 공부하면서 정말 기본이라는 걸 배웠기 때문입니다. ‘맥베스’는 그 의미가 함축돼 있는 작품이죠. 그래서 우리 후대들이 해석하고 공부할 거리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오이디푸스’ ‘리차드3세’에 이어 ‘맥베스’(Macbeth, 7월 13~8월 18일 국립극장 해오름)로 무대에 돌아올 황정민은 10일 서울 중구 소재의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고전의 힘을 강조했다. 더불어 “관객들에게도 고전극들이 정말 재밌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우리가 하자 했다”고 전했다. 황정민은 맥베스라는 인물에 대해 “한 마을의 영주였는데 ‘당신이 왕이 된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예언에 현혹돼 탐욕과 욕망의 끝으로 가는 인물”이라며 “그냥 구청장이었는데 대통령이 되려는 인물”이라고 비유했다.“그 탐욕의 끝으로 내달리며 결국 자기 무덤을 파게 되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인물이죠. 몇백년 전에 셰익스피어라는 사람이 요즘에 나와도 될 법한 얘기를 써서 관객들과 소통했다는 게 신기하고 지금까지 계속 화두가 된다는 게 할수록 재밌습니다.“‘서울의 봄’ ‘아수라’ 등에서 욕망의 끝으로 내달리는 인물들을 연기해온 황정민은 “맥베스로서는 또 다른 욕망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면할수록 어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며 “어떤 식으로 관객들한테 보여줄지 저 역시 스스로한테 기대 중”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황정민)가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돼 권력을 좇다 파국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여정에는 레이디 맥베스(김소진)의 부추김, 덩컨 왕(송영창)을 비롯해 위협이 되는 뱅코우(송일국), 맥더프(남윤호)와 그 가족들을 몰살하는 광기 그리고 그들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들이 함께 한다. ‘파우스트’ ‘오이디푸스’ ‘리차드3세’ ‘로미오와 줄리엣’ ‘해롤드 앤 모드’에 이은 샘컴퍼니의 6번째 연극 ‘맥베스’는 ‘파우스트’ ‘코리올라누스’ ‘페리클래스’ ‘로미오와 줄리엣’ ‘해롤드 앤 모드’ 등의 양정웅 연출작으로 ‘오셀로’ ‘레드’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 등의 여신동 무대미술 및 조명디자이너가 힘을 보탠다. 칼을 휘두러 정적들을 몰살시키며 왕관을 차지한 맥베스와 그를 부추긴 레이디 맥베스를 시각화한 포스터는 이와이 슌지가 극찬한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 작품이다. 양정웅 연출은 ‘맥베스’에 대해 “20년만에 도전하는 작품”이라며 “셰익스피어스러운 아름다운 대사와 압축된 완성도를 내는 이 마지막 비극을 전통에 가깝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미장센과 함께 멋있게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욕망의 끝으로 달려가는 인물들, 그 욕망의 끝을 통해 얻어지는 상실감과 죄책감 그리고 양심의 문제 등 인간의 원형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죠. 현대인 역시 그렇게 유사한 욕망들과 죄책감, 양심의 문제 속에서 얼마나 허덕이는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 삶을 또 반추하면서 셰익스피어의 언어와 문학적 수사,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인간 본성의 표현들을 잘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어 무대에 대해 “여신동 감독과 매 장면 시그니처가 될 수 있도록 시각적인 장면들을 연구 중”이라며 “굉장히 현대적인 비주얼로 꾸미고 있다”고 귀띔했다.“맥베스만의 욕망을 가득 모아놓은 창고처럼 현대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폐허 속 하수구 같은 기괴한 공간, 마녀와 어마어마한 유령의 등장 등 장르로 치면 오컬트입니다. 오컬트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들로 현대인들의 하수구 같은 욕망들을 표현해보고자 합니다.”올 여름에는 양정웅 연출,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등의 ‘맥베스’를 비롯해 동아연극상 수상자이자 대한민국 연극계의 산 역사와도 같은 배우들 24명이 의기투합한 손진책 연출의 ‘햄릿’(6월 9~9월 1일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과 전도연, 박해수 등의 ‘벚꽃동산’(6월 4~7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 등 대극장 연극들이 관객들을 만날 채비에 한창이다. 치열한 여름 대극장 연극 열전에 대해 황정민은 “늘 부담이 있다”면서도 “근데 중요한 건 연극이라는 작업은 오히려 저 개인에게는 힐링의 시간이고 공간이라는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저한테는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에요. 물론 영화를 찍을 때도 행복해요. 하지만 결이 다른 것 같거든요. 오롯이 배우로서 힐링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느낌은 다르니까요. 늘 부담을 느끼면서도 관객분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담이 좀 덜 되기도 하죠.”송일국은 연극하는 소감에 대해 “오늘 제작 발표회를 하는 이 장소(국립극장 하늘극장)가 제가 첫 연극을 했던 장소다. 제 배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며 “제가 봤던 작품 중 인생작이 2016년 우리 ‘맥베스’가 공연될 해오름 극장에서 했던 ‘햄릿’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유인촌·윤석화·전무송·정동환·한명구) 선배 배우들이 빈 객석을 등지고 서 있는 마지막 장면에 제가 목 놓아 울었어요. 그 배우들이 살아온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배우만 느낄 수 있는 그 감정이 있거든요. 빈 객석을 바라봤을 때의 두려움, 설렘, 긴장감 등 그 짧은 시간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지나가면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무대에 제가 발을 디디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설레고 영광스럽습니다.” 황정민은 제작발표회 말미 지난 3월 15일 폐관한 학전과 김민기에 대한 애끓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1994년 학전의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허투루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학전”이라며 “얼마 전 TV 프로그램(SBS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에 나왔듯 (김민기) 선생님은 늘 스스로를 ‘뒷것’이라 얘기하셨다. 그런 겸손함을 배워왔기 때문에 샘컴퍼니에 소속된 젊은 후배들을 열심히 뒷바라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얘기를 잘 안 하려고 해요. 그래서 SBS 다큐멘터리도 안봤어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못 보겠더라고요.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된 거니 어쩔 수 없는 거고 선생님의 그 정신을 제가 계속 잘 품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hurlkie@viva100.com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뱅코우 역의 송일국(왼쪽부터), 레이디 맥베스 김소진, 맥베스 황정민, 양정웅 연출(사진제공=샘컴퍼니)연극 ‘맥베스’ 맥베스 역의 황정민(사진제공=샘컴퍼니)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작품인 연극 ‘맥베스’ 포스터(사진제공=샘컴퍼니)연극 ‘맥베스’ 양정웅 연출(사진제공=샘컴퍼니)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뱅코우 역의 송일국(왼쪽부터), 레이디 맥베스 김소진, 맥베스 황정민(사진제공=샘컴퍼니)

[B그라운드] 살아 있지만 죽은, 죽은 채로 살아 있는 사령들의 연극 ‘햄릿’, 삶에 대한 철학적 고찰

2024-05-10 21:17

“지난번에는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살아 있는 채로 죽어 있는 또 죽은 채로 살아 있는 듯한 비존재의 존재인 사령들의 연극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그 미로 속을 배우들과 잘 해치면서 만들고 있죠.”손진책 연출은 24명의 배우들과 한창 준비 중인 연극 ‘햄릿’(6월 9~9월 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생각으로 그 경계를 한번 더 적극적으로 허물어보자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배우들을 사령들처럼 연결하고 무당 개념의 배우 1, 2, 3, 4가 건너와 그들을 보게 했죠. 그만큼 삶을 어떻게 진지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추궁함으로서 삶을 반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이어 손 연출은 “진실을 묵살하고 비겁하게 산다면 그건 살아도 죽은 거고 곧바로 죽음을 맞을지언정 진리를 따르며 제대로 존재하는 것이 사는 것”이라며 “진실을 비겁하게 외면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남는 사르트르 식 실존주의의 원형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유스럽게 넘나들 수 있는 건 예술밖에 없습니다. 삶과 죽음에 경계가 없다면 삶 자체가 다시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어떻게 삶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해보고 싶었어요.”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햄릿’은 2016년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 9명(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유인촌·윤석화·전무송·정동환·한명구,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배우가 론칭해 2022년 햄릿 강필석과 오필리어 박지연을 영입한 데 이어 또 다시 공연을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 함께 한 강필석과 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전무송·정동환·김명기·길해연·이호철에 햄릿 역에 이승주, 오필리어 역에 f(X) 루나 그리고 김재건·길용우·남명렬·박윤희·박지일·양승리·이충주·이호재·이항나·전수경·정경순·정환이 새로 합류했다. 손진책 연출은 강필석과 이승주의 햄릿에 대해 “외향적 사유형과 내향적 사유형, 아폴론과 헤르메스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니체가 (1872년 출판해 바그너에게 헌정한) ‘비극의 탄생’(Die Geburt der Tragodie aus dem Geiste der Musik)에서 아폴론적 인물과 헤르베스적 인물로 분류합니다. 이를 빌자면 외향적 사유형의 강필석은 아폴론적 인물이고 내향적 사유형인 이승주는 헤르메스적인 햄릿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박철호 드라마트루기의 말을 빌어 강필석은 “그리스 조각같은 햄릿” 그리고 이승주는 “슬픈 코러스의 선율이 흐르는 햄릿”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곤 “강필석 배우는 대사의 파워나 정교함이 그리스 조각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이승주 배우는 슬픈 코러스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햄릿”이라고 부연했다. 2016년 초연부터 세 번째까지 함께 하고 있는 손숙은 “이 작품을 하면서 고전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나 크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며 “너무 무궁무진해서 세번을 했지만 50%나 이해했나 싶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런 세계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고전은 하면할수록 재밌고 깨달아 간다는 느낌입니다. ‘햄릿’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같아요.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hurlkie@viva100.com연극 ‘햄릿’ 출연진과 창작진(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극 ‘햄릿’ 손진책 연출(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극 ‘햄릿’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극 ‘햄릿’의 햄릿 역 이승주(왼쪽)와 강필석(사진제공=신시컴퍼니)

[비바100]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 “뉴욕의 머스트 비지트 데스트네이션을 꿈꾸며!”

2024-05-10 18:00

“뉴욕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도시예요. 하나의 국가라고 할 수 있죠. 옛날로 얘기하면 로마랄까요. 모든 돈과 권력, 사상이 거기에 있어서 로마가 로마일 수 있었죠. 그래서 뉴욕도 뉴욕입니다. 자본, 생각 및 사상의 힘과 더불어 다양성이 존재하고 끊임없이 다이내믹하게도 변화하죠.”제일기획 부사장을 거쳐 CJ라이브시티 대표를 역임한 기업가 출신의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은 뉴욕에 대해 이렇게 빗대며 “공략이 쉽지 않지만 정말 열려 있는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누구든 능력 있고 재주만 있으면 경쟁을 통해 위너가 될 수 있는 그런 도시”라고 부연했다. “여기도 주류(Dominant 우세한, 지배적인) 문화가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그 옆으로 같이 가는 문화들도 정말 많죠.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모든 걸 삼키면서 흘러가지는 않아요. 인종도, 그 인종들이 쓰는 언어도, 생활 습관도, 문화도 다양해요. 그런 것들이 다 같이 가는 겁니다.”◇모든 노력의 총합 한류 “한국에서 성공하면 밖에서도 성공한다는 자신감!” “주류, 서브컬처 등은 있지만 누가 옳고 그르다거나 이곳의 룰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어요. 미슐랭 3성급 레스트랑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공존하는 다양성이야말로 뉴욕의 가장 큰 장점이죠.”그 다양성 중 한 지류가 K컬처, 한류다. 김 원장은 “지난해가 힙합 50주년이었다. 그 시작은 다양성을 품은 하나의 지류였고 현재는 엄청난 주류가 됐다”며 “한류 역시 1990년대 시작돼 싸이와 ‘대장금’으로 본격 인식되다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들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유통되면서 지금의 붐을 이뤘다”고 밝혔다.“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지금의 한류가 일시적인 현상일까’예요. 1990년대와 지금의 한류가 다른 건 K팝, 드라마, 영화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문화, 패션, 푸드, 뷰티 등으로 확장돼 라이프 스타일이 됐죠. 일상을 파고들어 삶의 일부가 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콘텐츠의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산업 유발 효과를 높이죠.”그 예로 “뉴욕에만 7개에 이르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국 음식점들”을 꼽은 김천수 원장은 “K컬처가 현재 확실히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하나의 흐름이라는, 일종의 상징성”이라고 표현했다. “김치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혐오 음식이었지만 인식이 완전 바뀌었죠. 건강하고 세련된, 유니크한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가 됐어요. 김치를 비롯한 라면, 김밥, 비빔밥, 막걸리에 이어 수정과, 식혜 등 디저트까지 한국 걸 찾고 있죠.”그리곤 “지금의 한류는 드라마 하나, 노래 하나 잘 만든다 차원이 아니다. 태생부터 글로벌로 향하는 한국의 기업, 예술가, 창작자, 문화인, 기업인 그리고 국민 전체가 글로벌 트렌드, 그들이 갈구하는 새로운 경험과 수요 등을 분석하고 고민한, 모든 노력의 총합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 노력의 총합인 한국 자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에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말한 것처럼 까다로우면서도 스마트하며 그 수준이 높은 콘텐츠 소비자들이 있어요. 한국에서 성공하면 밖에서도 성공한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이미 한국은 경제 뿐 아니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상태로 글로벌 경쟁 체제 안에 들어와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전언처럼 방탄소년단 등 K팝, ‘오징어게임’ ‘파친코’ 등의 드라마, ‘기생충’ ‘미나리’ 등 영화를 비롯해 한국 문학까지 글로벌어워즈 수상 소식을 전해 오고 있는가 하면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Hamilton)에서 아시아계 배우로는 최초로 주역을 맡은 스테파니 박, 카네기홀 리사이틀을 진행한 손민수 등 뉴욕에만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거나 주목받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소위 ‘쫄’ 필요가 없어요. 우리 문화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거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약진할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기본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동력이 아닐까요.”◇한국의 정신 담은 새 문화원 건물 “뉴욕의 머스트 비지트 데스티네이션을 꿈꾸며!”“대한민국 5000년 역사의 3대 소재인 도기, 자기, 나무를 콘셉트로 합니다. 세라믹 느낌의 자기, 테라코타 도기, 그 위에 나무를 유리로 케이싱해 한국의 정신, 얼을 맨하튼 미드타운에 가져다 놓은 건물이죠. 한국의 문화유산이고 현재이자 미래를 담았습니다.”5년여 끝에 완공해 올 2월 옮겨온 7층짜리 뉴욕한국문화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 원장은 “빠른 시간 내에 뉴욕시민을 비롯해 이곳을 찾는 8000만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해야할 ‘머스트 비지트 데스티네이션 인 뉴욕’(Must Visit Destination in New York) 그리고 진짜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고 털어놓았다.“이곳에서의 경험이 좋으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호감도도 높아지겠죠. 그러다 급기야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져야죠. 이 건물을 짓기 시작한 5년 전이라면 다양한 콘텐츠들을 프로그래밍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가능해졌죠. 전시, 공연 등의 기획·상설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인스타그램 용 사진을 찍기 좋은 공간을 올해 안에 10개 정도 조성하고자 합니다.”이를 위해 김환기 특별전(5-6월), 한예종 이진희 교수의 ‘영화 속 한복전’(7-8월), 강익중 특별전 및 세계최대 한글벽 전시(9-10월), 내년 초 장욱진展 등의 전시와 최하영 첼리스트 마스터 클래스(6월), 국악경연대회(7월), K-인디뮤직 나이트(7월) 등 공연, K-Cine Fest(2-3월)와 한국단편영화제(4월)에 이은 아시아영화제(7월) 등 영화 프로그램 기획이 한창이다.현재 포토AR기능을 탑재한 인스타 스팟으로 리뉴얼 중인 4층의 부엌과 마루에서는 유엔직원을 대상으로 한 ‘한국 김밥의 밤’(3월)에 이어 한식 요리시연 및 시식회 ‘The Base of Korean Cuisine: Fermentation & Rice’(5월) 등이 열릴 예정이다.“5월 하순에는 2층 정원수들을 한국 화초들로 바꿀 겁니다. 봉숭아도 있어서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이나 쪽을 활용한 천연염색도 할 수 있죠.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층계참 벽화도 보완하고 태극기를 새로 디자인해 버티컬 방식으로 건물 외관에 노출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그는 올 가을 오픈 예정인 ‘한글 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층 벽면 중 하나를 한글로 채우는 ‘한글 벽’은 그가 뉴욕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2주에 한번씩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지난해 9월 아이디어를 완성한 상태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유산 중에 제일 중요한 게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이 없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거예요. 이 벽에 한글 조각 2만개가 들어갈 겁니다. 번역 시스템까지 탑재돼 있어 어느 국적이든 어떤 언어를 쓰는 사람이든 자신의 이름과 하고 싶은 말을 한글로 공모할 수 있죠. 공모를 통해 모인 것들은 참여자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방식으로 투표해 1000개의 문장을 추려 ‘한글 벽’에 새길 예정입니다.”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LG가 시스템 개발에 발벗고 나섰고 한국의 양현재단이 한글 디자인 및 바탕 색 제작비를 후원했다. 그렇게 십시일반으로 힘과 자본을 모아 진행 중인 ‘한글 벽’은 김 원장의 전언처럼 “키오스크를 설치해 뉴욕한국문화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미디어 월에 자신의 이름과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렇게 전세계인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참여를 통해 한글의 원리, 우수성 그리고 글이 담고 있는 정신을 알 수 있도록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해 차별화된 한국을 경험하고 한국에 대한 이해도나 호감도가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가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끔요.”이어 김 원장은 “이 공간을 중심으로 한국인 특유의 ‘사고적 리더십’(Thought Leadership, 차별화된 독창적인 아이디어, 독특한 관점 및 새로운 통찰력을 가진 리더십)을 자랑하고 싶다”며 “백남준 같은 위대한 예술가의 힘은 그로 인해 ‘저 나라는 멋진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서 나온다”고 부연했다.“그러기 위해서는 백남준 선생님과 같은 글로벌 거장과 더불어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뉴욕에 론칭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공간이 돼야죠. 그렇게 다양한 콘텐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명소로 자라매김할 겁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가 가진 사고적 리더십을 알리고 뉴욕의 코리아타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자존감과 자긍심도 높이고 싶습니다. 그게 저희 문화원이 할 일이죠.”뉴욕= hurlkie@viva100.com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 )올 2월 새로 이사한 뉴욕 한국문화원 건물(사진제공=뉴욕 한국문화원)뉴욕 한국문화원 2층 전시장에 자리잡은 정원은 5월부터 한국 화초들로 꾸릴 예정이다.(사진제공=뉴욕한국문화원)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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